이종한의 음악과 오디오 이야기 – 쉰 세번째, 혼란한 정세에 음악을 들을 수 있어 힘이 됩니다.
요즘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여러 상황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암울한 전망을 하게 합니다. 코로나에 이어 미중간의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유럽이 전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전쟁에 휩싸이진 않았지만 물가 상승이나, 물류 대란등 여러가지로 불안한 상황입니다. 불안한 주가 전망에 시중에 풀린 자금은 부동산으로 몰리고, 물가도 춤을 추고 있습니다.
오디오 업계도 이러한 것의 영향에서 비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제품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가격 또한 2-30 퍼센트 이상 올랐습니다. 중고가도 많이 올랐고, 물건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일본 중고 제품을 일본에서 사오는 것은 가격면에서는 다소 괜찮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00V 전압이어서, 아무거나 가져다가 쓰기는 주의가 필요 합니다.
요즘은 중고 제품을 열심히 구하고 있습니다. 대개 70년대에서 90년대에 생산된 제품들인데, 제가 보기에는 이 시기가 오디오의 황금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디오를 구성하는 세 가지를 소스기기(디지털 플레이어, CD 플레이어, 턴테이블등), 신호를 증폭하는 앰플리파이어, 실제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 (또는 헤드폰) 로 대별 할 수 있는데, 앰프나 스피커는 몇 십년 전과 그 기능이나 역할이 변한게 별로 없습니다. 지난 주에도 60년대에 나온 Heathkit 사의 W-5M 이란 진공관 앰프와 최신형 디지탈 플레어인 NAD C658을 한국에서 만든 힘사운드사의 S62 스피커와 매칭하여 시스템을 구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오천불정도에 만불이상 시스템 뺨치는 소리가 납니다. W-5M은 KT66 이나 6L6 진공관을 채널당 두알씩 사용한 파워앰프인데, 발매 당시 많이 팔려 중고마켓에 많이 나와 있고 성능에 비해 가격도 좋습니다. 오직 들어온 신호만 증폭하는 파워앰프라서 구조도 간단하고, 부품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요즘 나온 디지털 장치와 매칭하면 아주 훌륭한 시스템 구성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워낙 연식이 오래 되어 대부분의 내부 부품을 교체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부품은 교체, 수리가 가능하지만 트랜스포머는 살아 있는 것을 구해야 합니다. 특히 출력트랜스포머는 Peerless 라는 회사의 것을 확인 하여야 합니다. 제대로 수리된 W5M와 요즘 나온 디지털 장치를 연결하여도 진정한 진공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상당히 아나로그적인 소리가 납니다. 저도 기회되는 대로 사서, 저희 기사분을 통해 재생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첨부 사진 : Heathkit W-5M, 은색통이 출력트랜스포머]
누구든지 음악 재생장치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면서, 음악감상 자체는 양적으로는 팽창하였지만, 질은 떨어진게 사실입니다. 대부분 휴대용 기기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게 됩니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들을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비행기 탑승이나 시끄러운 환경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Noise Cancelling 기능을 이용하면 좋지만, 평상시에 큰 볼륨으로 들으면 귀에 좋지 않습니다. 특히 이어폰은 귀의 내부를 울림통으로 사용하므로 그 폐해가 더 큽니다. 그리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음상이 머리위에 맺혀 여간 어색하지 않습니다. 투채널 스테레오로 녹음된 대부분의 음악은 청자가 무대를 앞에 두고 듣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 마치 앞에 가수나 연주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야 하고, 스피커의 존재감이 사라져야 합니다. 대부분 초보자들인 경우 음악 감상시 음결만 느끼지만, 음악을 잘 셋팅된 시스템에서 듣다 보면 음장 (음상, 무대감, Sound Stage 라고 함) 까지 느껴야 음악 감상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Head-Fi (헤드폰을 통한 음악감상을 Hi-Fi에 빗대 이렇게 부른다) 에서는 무대감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행중이거나, 한밤에 음악을 듣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Head-Fi를 즐기진 않습니다.
여러 고객을 대하다 보면 비교적 저의 말을 잘 따라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본인의 주관에 사로 잡혀 잘못된 방향을 고집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하는 것이 늘 옳은 것은 아니자만,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들어 왔고, 오디오와 음악에 관심을 두고 산지가 수십년이 넘었습니다. 특히 오디오를 업으로 삼은 2011년 이후에는 오디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관련 잡지, 서적, 블로그, 카페등을 보고, 오디오 전시회나 다른 딜러나 고객집에 가서 소리를 들어 보는 것이 일입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이분야도 프로와 아마츄어의 차이는 확연이 존재 합니다. 물론 프로에 준하는 분들도 몇분 계십니다. 오히려 이런 분들과는 대화가 잘 통합니다.신제품이 들어 오면 시청회/품평회를 같이 하기도 합니다. 오디오의 수준을 고수, 중수, 하수로 분류 한다면 가장 대하기 어려운 분들이 중수입니다. 그런분들은 나름 여기 저기에서 오디오관련 정보를 얻어 나름의 주관이 뚜렸합니다. 무슨 제품이 좋다하면 알아보고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디오는 시스템이란 것을 간과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즉 개개의 제품이 좋은데, 이것이 다른 제품과 시스템을 이룰 경우 매칭이 안 맞기가 일쑤 입니다. 대개 명기라고 하는 것들은 나름의 개성이 있는 제품 들입니다. 그래서 들인 돈값을 못하고 미스매칭이 되기도 쉽습니다. 오디오는 자동차 사는 것과는 다릅니다. 엔진따로 조향장치따로, 차체따로 사서 조립하여 시스템을 이루는 것입니다. 제일 좋은 것은 제품을 조합하여 들어 보고 구하는 것입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경험이 많은 고수의 말을 듣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몇만불을 들여 장만한 시스템이 만불짜리 만도 못한 소리가 나길래 몇가지 처방을 해 드린 손님이 계십니다. 우선 스피커 위치 셋팅에 대해 조언을 해 드리고, 급에 안 맞는 빈약한 디지털 플레이어를 좀더 윗급으로 바꾸시고, 파워 컨디셔너를 사용할 것을 권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맥킨토시 PC에 외장하드를 연결해 iTunes로 어렵게 음원관리를 하시길래 NAS 사용을 권하였습니다. 이후 별 말이 없으시다 연락이 와서 들어 보니, 돈을 들여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 였습니다. 제 입장에서 심하게 얘기하면 “당신말을 믿을 수가 없어” 입니다. 이런 경우 저를 장사치로만 대하는 것 같아 빈정이 상해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게 됩니다. 지금은 저희 데모 제품을 대여해 드리고, 사용해 보실 것을 권하고 싶지만 선듯 연락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지만 하루 빨리 어려운 상황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불투명한 세상에서 그나마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부담 갖지 마시고 저희 샵에 오셔서 차 한잔 드시며 음악 들으시길 바랍니다. 혹 아직 음악을 통한 낙을 못 느끼셨다면 큰 돈 안들이고 새로운 즐거움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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