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한의 음악과 오디오 이야기 – 서른 다섯번째, 다 중요하지만 스피커가 맞아야 한다.
오디오의 구성 요소중 무엇이 제일 중요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일반적인 답변은 다 중요하다이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스피커라 말할 수 있습니다. 소스기기에서 나와 앰프에서 증폭된 전기신호가 스피커 유닛의 진동을 통해 소리로 바뀌어 공간에 퍼져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설치환경이나 음악적 취향에 따라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스피커 입니다. 흔히 스피커를 쉽게 보고 자작을 많이 하기도 하고, 제조 업체도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쉬울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스피커 입니다. 그래서 스피커의 선택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선 고려 사항은 저음의 양입니다. 고음은 방향성이 있고 잘 뻗어 나갑니다만 저음은 잘 퍼지고, 공간의 크기에 따라 양감이 달라집니다. 공간이 크면 저음의 양이 많아야 균형이 맞습니다. 즉 넓은 공간에는 저음이 잘 나는 스피커라야 합니다. 하지만 저음을 많이 내려면 스피커 유닛이 커야하고, 스피커의 부피도 커야 합니다. 앰프의 출력도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좋은 오디오의 기본적인 조건이 저음을 얼마나 잘 내느냐 입니다. 흔히 저음은 서브우퍼를 쓰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하이엔드에서는여러 이유로 서브우퍼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길어 지니, 궁금하시면 따로 문의 바랍니다). 저음을 제대로 재생하느냐의 관건은 스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서 저음이 많은 스피커를 사용한다면 과다한 저음이 문제 됩니다. 저희 고객분중에 작은 방에서 마크레빈슨 분리형 앰프에 B&W 802 스피커를 사용하시는데, 공간도 문제지만 한쪽벽이 거울로 되어 있어 몇백불짜리 올인원만도 못한 소리가 납니다. 어떻게 손을 쓸래도 감당이 안되어 포기하고, 음감시 옷장 거울문을 열어 놓고 거울앞에 긴 옷걸이라도 놓으시라고 하고 말았습니다. 방이 작고, 흡음이 안되는 곳이라면 북셀프 스피커가 좋고, 반대의 경우라면 저음이 잘나는 플로어스탠딩이 유리합니다. 저음이 잘나는 플로어 스탠딩의 저음을 줄이려면 뒤벽과의 거리를 충분히 주고, 두루말이 화장지로 저음반사포트 구멍을 작게하거나 막아주면 됩니다. 반대로 북셀프의 저음을 늘이려면 뒤벽과의 거리를 한뼘정도 두면 저음이 늘어 나고, 방안의 흡음소재를 줄이면 도움이 됩니다. 단 배기포트가 없는 밀폐형은 해당이 없고, 저음 잘 내주는 앰프나 케이블로 보강을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작은 북셀프에서도 저음이 잘나오는 제품도 있습니다. 아래 제품의 경우 높이가 12인치 밖에 안되고, 5.25인치 우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저음을 내 줍니다. 영국 KEF사의 LS50 Meta인데, 소비자가 $1,500임에도 두세배 비싼 놈들을 찜쪄 먹습니다. 지난 연휴에 집에 가져가 들어 보니, 방에서 운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인듯 합니다. 진공관이던 트랜지스터든 안가리고 기본이상은 하는데, 대박 칠것 같은 예상이 듭니다. [사진1]
여러 스피커중 나름의 특색과 장점을 가진 스피커들이 있습니다. 흔히 현악기 소리는 TANNOY나 2000년 이전의 SONUS FABER가 유명하고, 관악기 소리는 혼을 사용한 구형 JBL이나 구형 알텍이 좋습니다. 피아노 소리는 제대로 내기가 가장 어려운데, WILSON이나 B&W 800시리즈가 좋았습니다. 좀 비싼 것들 이죠. 타악기의 경우 저음의 텐션이 관건인데, MAGICO나 KEF Reference가 좋습니다. 이 또한 스피커도 비싸고, 앰프도 받쳐 주어야 합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 같은 것은 수많은 악기를 제대로 표현해 내려면 해상도나 다이내믹이 좋아야 하는데, 대개 피아노 소리가 제대로 나는 스피커가 좋았습니다. 보컬이나 성악은 빈티지 스피커들이 좋습니다. 과거 빈티지 스피커의 주용도는 극장의 대사전달이나 행사장이어서 목소리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편성 같은 것에는 좀 넘사벽입니다.
대개 중저가 스피커의 경우는 대충 낯가림 안하게 만듭니다. 그래야 대중적으로 잘 팔리기 때문이죠. 위에 열거한 스피커들은 좀 비싼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름값, 돈값하느라 아무앰프에나 물리면 형편없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스피커나 오디오 시스템을 구매하기전에 설치할 공간을 확인하고, 좋아하고 자주 듣는 음악 대여섯 곡정도를 여러 번 듣고 오시면 좋습니다. 제대로된 오디오 샵이라면 공간과 음악취향, 예산이 파악되면 최적의 시스템을 구성해 드리는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예전 제가 처음 미국와서 거래한 오디오샵은 설치환경이나 취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직 가격만 가지고 추천을 했습니다. 당시 많은 한국분들이 구매한 것들은 구성이 거의 천편일률적입니다. 간혹 오디오샵 보다는 자칭 오디오 고수라는 친지의 말을 듣고 구매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 고수분의 환경과 취향이 일치한다면 다행이지만, 돈값 못하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가격보다는 환경과 취향에 맞아야 오디오가 제값을 하고, 듣고 싶어 집니다. 나한테 맞는 천불짜리가 안맞는 만불짜리 보다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LP만 고집하지 않으신다면, 유지비 걱정없이 십년이건 이십년이건 즐길 수 있는 것이 오디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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