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한의 음악과 오디오 이야기 – 두번째 오디오 칼럼 “우리의 영혼을 음악에”
잡지에 인터뷰와 컬럼이 나가니, 주위의 아는 사람이 이를 보고, 나 를 알고 지낸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 오디오를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 는지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시한다. 우리집에 와서 거실에 오디오가 있는 것은 보았고, 가끔 들으면서 소리 좋다 라고 하기도 했는데, 나 도 적극적으로 그분들께 오디오에 대해 말한 적은 없었던 듯 하다. 오래전에 집에 놀러온 지인에게 시스템이 얼마짜리 라고 했다가 옆 에 있던 집사람한테 한마디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소리하면 욕먹는 다고. 그때 이후로는 어지간해서는 아는 사람에게 오디오에 대해 얘 기를 안 했기에 컬럼을 보고는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 같다. 음악을 잘 모르고, 듣지도 않으면서 비싼 오디오를 가지고 있다면 욕을 먹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늘 글을 쓰거나 책을 볼때나, 일을 할때도 음악 을 틀어 놓고 있다. 뭔가 막히면 머리를 환기시키려고 자세를 잡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정신이 맑아진다. 음악을 들으며 30분정도 명상에 잠기면 (와이프는 졸았다고 하지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피로회복에 그만 이다. 아마도 음악을 싫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게다. 많은 사람이 음악 감상 을 취미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집에 자가용차는 없어 도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는 집에는 제대로된 오디오 시스템이 있었 다. 앰프와 스피커, 튜너, 카세트데크, 턴테이블등으로 구성된 시스 템 말이다. 요즘은 대개의 젊은 세대들은 핸드폰에 이어폰을 끼고 음 악을 듣는다.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온몸으로 소리를 느끼며, 연주자 가 내 앞의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상상을 하며 듣는 것과 귀 를 통해서만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소리 는 무대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 무대가 머리위에 생겨서 무대를 상상 하며 느끼는 감흥이 안 생긴다. 차에서 듣는 오디오도 잘 셋팅이 되 면 차앞 대시 보드에, 더 좋은 시스템은 차앞 본네트에 무대가 생긴 다. 제대로된 오디오에서 무대를 상상하며 음악을 듣는다면 그 감동 이 훨씬 더한다.
흔히 빈티지라 일컫는 수십년전의 오디오는 주로 음색위주로 들었 다. 바이올린의 깡깡대는 음이나 피아노의 영롱함의 색을 느끼고자 하였다. 요즘의 오디오는 여기에 무대의 입체감을 더 해준다. 제대로 셋팅된 오디오는 가수나 각 악기의 위치가 잘 드러나고, 조화를 이루 어 눈을 감거나, 조명을 낮추면 내 앞에서 무대가 펼쳐져야 한다. 혹 오디오가 있으신 분은 집에서 테스크를 해 보시기 바란다. 실은 이 컬럼을 연재하며, 오디오의 기본과 각 구성품에 대해 소개를 하려 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하면 어렵고 반응도 영 시원 치 않을 거 같아 음악을 듣자는 소리만 하게 된다. 자동차를 탈 생각 이 없는데 엔진이 어떻고, 무슨 차가 좋고가 무슨 소용이랴. 먹고 살 기도 힘든데 뭔 흰소리야 하는 것 같았다. 마치 오디오가 호사스런 귀 족놀음으로 치부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듣자는 얘기만 줄창 해대게 되었다.귀족 놀음 맞다. 하지만 돈을 쳐발라가며 해야만 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년마다 바꾸는 곹프채에 공값에, 그린피, 렛슨비를 따지면 골프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많은 한인 부모 들이 무조건 애들에게 악기 렛슨을 강요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피아 노를 사줄 생각을 하지 말고, 좋은 피아노곡을 들려 주라. 그래서 스 스로 그런 곡을 연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렛슨을 시키고, 피아 노를 사주라. 제대로된 피아노곡도 못 들어본 애한테, 피아노 렛슨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야구구경은 해 보지도 않은 애를 야구 연습시 키는 것과 같다. 이는 필시 “우리는 피아노도 집에 있고, 애들도 가르 치니 남부럽지 않게 살지” 하는 자기 만족과 과시욕에서 비롯 된 듯 하다. 한국의 조그만 도시인 수원에 수원시향이 있는데 제법 유명하다. 우 리 LA한인의 규모가 수원만 할거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한인교향악 단 하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있다 해도 관객이 없어 늘 적자에 허 덕인다고 들었다. TV가 없는 집은 없지만, 오디오가 없는 집은 많 다. 가족들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오디오를 장만하고, 좋은 음악 을 들어 보자. TV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리의 영혼을 음악에 맡기자. Maurice Ravel의 Bolero를 들으면서 예쁜 여인이 내 앞에서 관능적 인 춤을 추며, 다가오는 것을 느껴보자. Louis Armstrong 의What A Wonderful World를 들으며, 담배연기 자욱한 5-60년대 미국바 의 분위기를 느껴보자.가슴을 뒤흔드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들으 며 가슴속의 후련함을 느껴보자. 그러면서 피곤에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보자.
문의전화: All that Audio 대표 이종한 714.670.7788